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박람회에서 핵인싸로 거듭나기

 

우리가 박람회에 진심이 된 이유

 

원래 우리는 전시회에 전혀 신경을 안썼었다.

가끔씩 팀원들로부터 "전시회에 참가해 보는 건 어떨까요?" 라는 말을 들으면, 참관객들 중에서 우리 타겟과 일치하는 비중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비용이면 검색광고를 한 번 더 하는 게 낫다고만 생각했었다.

 

그 때, 팀원들이 만약에

"B2B 비즈니스는 고객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도달해야 해요."

"마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의 대화가 훨씬 강력합니다. 온라인 광고와는 비할 수 없어요."

라고 나를 설득했었다면, 설득 당했을지도 모르지만

위와 같은 단호한 말은 경험해 보지 않고 추측만으로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어쨌든, 그 즈음 내가 느끼고 있던 것은, 뭔가 가능성을 타진하고 움직이는 것보다 의외로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해 보는 것들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일들이 연속되었기 때문에 (특히, 나의 판단보다 팀원들이 하자고 하는 것을 했을 때)

 

그럼 한 번 해 볼까? 한 번 해 봤다.

 

그런데, 웬걸?

한 번 해보니 다른 업체들이 왜 매번 하는지 그제서야 알게 됐다. 

참관객들로 부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의 니즈를 발견하기도 하고,

면대면으로 설명을 했을 때 참관객들이 훨씬 더 직관적으로 우리 제품을 이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아쉬웠다.

 

"더 잘하고 싶다."

 

 

전시장 안에서, effi.io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하고 싶었다.

 

지난 번 전시회 참가에서 얻은 것도 많지만, 뭔가 임팩트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는 개발자들의 디버깅 시간을 줄여주는 SDK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자동차 블랙박스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

몇 달 전, effi 서비스의 버그를 해결하는 개발업무 때문에 과로로 입원을 했었다.

 

부득이 하게 병원을 나올 일이 있었는데, 급하게 나오다 보니 환자복을 그대로 입고 나왔었다. 며칠만에 밖에 나오니 기분도 좋고 해서 카페도 들르고 쇼핑도 했다.
그리고 퇴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있었던 회식자리에서, "환자복 입고 돌아다니니까 사람들이 참 많이 쳐다보더라" 라는 얘기를 꺼내게 됐는데, 그 때 팀원 한명이 소리쳤다.

 

"다음 전시회 때는 그걸 하시죠!"

"링겔대를 끌고 전시장을 돌아 다닙시다. 버그때문에 과로로 입원했다는 피켓도 함께."

(그렇다!! 우리는 개발자와 테스터들의 과로를 막아주는 서비스였다!!)

 

"내가?"

"그럼 누가..."

 

역시나 팀원들 중에 지원자는 없었다.

그러나 확실했다. 이 정도의 이목을 끌 수 있을 퍼포먼스는 없다는 것이.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나는 앱화면 녹화 SDK 개발 때문에 정신이 없었기에, 환자복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전시회 첫날, 전화가 왔다.

 

"알바가 도망갔어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팀원들은 주도면밀했다. 이틑날 두번째 알바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알바도 도망을 가면

'아.. 내가 하게 되겠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드디어 전시회 2일차

최고의 관종알바님이 나타나 주셨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공유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SNS공유 이벤트를 추가했더니 더 반응이 좋았다.

 

유의미한 DB 획득하기

그렇게 effi.io는 어느덧 전시회장 안에서 만큼은 유명해져 있었다.

알바가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몇시간 동안은 우리 팀원들이 effi.io 유니폼 입고 화장실을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쳐다봐서 유니폼을 벗고 다녔다고도 했다.

전시회장 안에서 우리 부스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특히나 전시 참가한 다른 업체들이 도대체 뭐하는 데냐며 줄이어 방문했다.

심지어 어떤 다른 참가회사 팀원들은 우리 부스 앞에 서서 다른 방문자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설명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어그로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많은 방문객들로 부터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어야 했다.


경품행사와 함께 설문폼을 입력한 사람은 총 463명이었는데, 아쉬웠다.

첫날은 환자복 알바가 없었고, 셋째날은 토요일이라 전시장 방문객 자체가 별로 없었다.(그렇다고 한다.. IT박람회는 회사에서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아 평일에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실상 둘째날 하루동안 350명이 입력을 했었다.

 

설문툴은 지난 전시회 때는 구글폼을 사용했었으나, 이번엔 모아폼을 사용했다. 모아폼은 로그인 없이도 바로 설문 작성이 가능했고, 중복참여 방지가 가능했다.(경품행사에서는 상당히 중요)

 

#앱화면 상시녹화 SDK 관련 설문

 

#일반업무 협업툴 관련 설문

 

*우리는 원래 버그리포팅에 특화된 협업툴로 출발했지만, 출판사나 학원 등에서 일반 협업툴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어, 이번에는 특별히 일반 협업툴에 대한 설문도 추가했다.


NFC 태그 또한 관람객들이 더 오래 우리 부스에 머물고, 더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해외 행사에서는 많이 하는데, 국내 행사에서는 생소해서인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고 다른 참가 업체들에서도 문의를 많이 해왔다.)

 #NFC 태그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www.effi.io 의  해당 랜딩페이지들이 뜨도록 설계했다.

 

ADIEU

그렇게 정신없이 3일간의 4차산업 혁명 페스티벌이 끝이 났다.

코엑스를 나오면서 만난 풍경은 평화로웠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는 희망을 품었다.

 

하나라도 더 잘하려고 치열하게 애써준 팀원들도 너무 고맙고, 헤어질 때 환자복 알바님과는 찐한 포옹을 나눴다.

 

다음번엔 뭘 또 해야 할까 팀원들이 벌써부터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

(병원침대를 끌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그건 안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